We see our customers as invited guests to a party, and we are the hosts. It’s our job every day to make every important aspect of the customer experience a little bit better.”
– Jeff Bezos, Founder of Amazon
“우리는 고객을 파티에 초대된 손님으로 보고, 우리는 주인입니다. 매일 고객 경험의 모든 중요한 측면을 조금씩 개선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입니다.”
– 제프 베조스(Jeff Bezos), 아마존 창업자
기술 스타트업을 운영하다 보면 늘 직면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 스타트업의 핵심 경쟁력은 무엇인가?”
많은 기술 창업자들이 이 질문에 “우리의 혁신적인 기술”이라고 답하지만, 실제 비즈니스 성공의 핵심은 다른 곳에 있을 수 있습니다.
기술은 수단, 고객 만족은 목적
기술 기업에서 혁신적인 기술 개발이 중요한 것은 분명합니다. 특히 AI 스타트업이라면 최신 알고리즘 적용, 모델 아키텍처 최적화, 추론 속도 개선 등이 일상적인 과제입니다.
그러나 제프 베조스가 아마존을 세계 최대 기업으로 성장시킨 비결은 ‘고객 집착(customer obsession)’이었습니다. 그는 “고객으로부터 역방향으로 작업하라(work backwards from the customer)”는 원칙을 강조했죠.
AI 혁명 시대에 기술적 우수성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완벽한 AI 모델 하나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한 환상일 수 있습니다. 고객의 문제는 지금 해결되어야 하며, 그 해결책이 최첨단 알고리즘이든, 인간의 노력이든, 둘의 하이브리드든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고객 문제 해결과 그들의 만족입니다.
기술 생태계의 3단계: 인프라, 플랫폼, 애플리케이션
기술 산업은 크게 세 단계로 구분될 수 있으며, 이것은 AI 산업에도 적용됩니다:
- 인프라 레이어(Infrastructure Layer): Nvidia, AMD와 같은 GPU 제조사, TPU를 개발하는 Google, AWS와 같은 클라우드 인프라 제공자들이 포함됩니다. 이들은 AI가 작동할 수 있는 하드웨어와 기본 컴퓨팅 자원을 제공합니다.
- 플랫폼 레이어(Platform Layer): OpenAI(GPT), Anthropic(Claude), Meta(Llama), Cohere와 같은 기초 모델 개발사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들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기본 AI 모델과 API를 제공합니다.
- 애플리케이션 레이어(Application Layer): Fireflies(회의 기록), Jasper(콘텐츠 생성), Harvey(법률 AI), Synthesia(AI 비디오 생성)와 같은 특정 사용 사례에 집중한 AI 서비스들입니다.
대부분의 AI 스타트업은 애플리케이션 레이어에서 운영되며, 여기서 중요한 전략적 질문이 등장합니다: 애플리케이션 기업으로서, 기술에 집착해야 할까요, 아니면 고객 경험에 집중해야 할까요?
애플리케이션 레이어에서는 고객 접점을 장악하는 것이 기술적 우수성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이를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메커니컬 터크(Mechanical Turk): 최초의 ‘인공지능’ 사기와 그 교훈

1770년대, 헝가리의 발명가 볼프강 폰 켐펠렌이 만든 ‘튀르크 기계(The Turk)’ 또는 ‘메커니컬 터크(Mechanical Turk)’는 당시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터번을 두른 오토마톤(Automaton, 자동으로 움직이는 기계 인형)이 실제 사람들과 체스를 두며 대부분의 경기에서 승리했기 때문입니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벤자민 프랭클린을 포함한 당대 최고의 지성들도 이 기계와 대결했습니다. 켐펠렌은 매 시연 전에 기계의 내부를 관객들에게 보여주며 그 안에 사람이 없음을 ‘증명’했죠.
그러나 실제로는 기계 내부에 숨겨진 공간이 있었고, 그곳에 숙련된 체스 기사가 숨어 있었습니다. 그는 정교한 기계장치와 자석 시스템을 통해 체스 말을 움직였습니다.
이 ‘가짜 AI’는 60년 이상 사람들을 속였고, 놀라운 고객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오늘날로 치면 완벽한 제품-시장 적합성(Product-Market Fit)을 달성한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이 사례는 후에 아마존의 크라우드소싱 서비스 ‘메커니컬 터크(Mechanical Turk)’의 이름 유래가 되었으며, “인간 지능 작업(Human Intelligence Tasks)”이라 불리는 AI로 해결하기 어려운 작업을 인간이 수행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아마존 고(Amazon Go): 완전 자동화의 이면

2018년, 아마존은 혁신적인 무인 매장 ‘아마존 고(Amazon Go)’를 오픈했습니다. ‘그냥 나가세요(Just Walk Out)’ 기술을 활용해 고객은 앱으로 입장한 후, 원하는 상품을 선택하고 계산대 없이 매장을 나갈 수 있었습니다.
아마존은 이 시스템이 컴퓨터 비전, 딥러닝, 센서 융합 기술을 사용해 자동으로 고객의 장바구니를 추적하고 결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2019년,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이 ‘자동화’ 시스템 뒤에는 실제로 인도 뭄바이에 있는 수백 명의 원격 작업자들이 비디오 영상을 분석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AI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개입하여 고객이 어떤 상품을 집었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수행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마존의 기술은 발전했지만, 중요한 점은 아마존이 완벽한 AI 기술이 완성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고객에게 ‘완벽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기술과 인간의 노력을 결합했고, 결과적으로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습니다.
Magic과 Operator – 겉은 AI 챗봇, 속은 사람의 손길

스타트업 세계에서도 기술의 한계를 인간으로 보완하며 고객 만족을 이끌어낸 사례들이 있습니다. 2015년경 화제를 모았던 Magic과 Operator라는 서비스가 대표적입니다. 언뜻 보기에는 AI 비서가 응답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초기 단계에서 답변을 달던 것은 실제 사람들이었습니다.
Magic은 사용자가 문자 메시지로 어떤 요청이든 보내면 (“피자 한 판 시켜줘”부터 “비행기 표 예약해줘”까지) 이를 직원들이 24시간 대신 처리해주는 SMS 기반 개인 비서 서비스였고, Operator 역시 채팅을 통해 쇼핑 도우미가 실제 고객의 구매 요청을 들어주는 서비스였습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마법사(Wizard of Oz) 기법”이라고도 불리는데, 초기에는 불완전한 기술을 감추고 사람의 힘으로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면서 고객을 만족시킨 뒤, 점진적으로 기술을 발전시켜 자동화를 이뤄내는 전략입니다.
Magic과 Operator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스타트업들은 완벽한 AI가 준비되지 않았더라도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내 부탁을 들어주는 것”이지, 그것이 인간 직원인지 AI인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Facebook도 이와 유사하게 M이라는 챗봇 비서를 내놓으며 초기에 사람을 활용해 복잡한 부탁을 들어주었습니다.
애플리케이션 기업을 위한 전략적 조언: 다양한 하이브리드 접근법의 활용
이러한 사례들에서 얻을 수 있는 통찰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고객 접점의 중요성
기술 발전은 계속되겠지만, 그때까지 기다린다면 시장을 선점한 경쟁자들에게 뒤처질 위험이 있습니다. 진정한 경쟁 우위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고객과의 접점을 장악하는 데서 나옵니다. 고객 문제 해결, 신뢰 구축, 데이터 축적이 미래 성공의 열쇠입니다.
2. 다양한 하이브리드 접근법의 활용
“100% AI 자동화”라는 주장은 마케팅적으로 매력적일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다양한 기술과 접근법을 조합한 하이브리드 솔루션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인간 + AI 하이브리드(Human + AI Hybrid)
완전한 자동화가 아직 불가능한 영역에서는 인간의 개입과 AI를 결합하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 완전 자동(Fully Automated): 100% AI 시스템으로 모든 작업 처리
- 반자동(Semi-Automated): AI가 일부 작업을 처리하고, 복잡한 부분은 인간이 개입
- 인간 주도 + AI 보조(Human-led + AI-assisted): 인간이 주도하고 AI가 생산성을 향상
- 자동화로 보이는 인간 작업(Human-in-the-loop): 백엔드에서는 인간이 작업하지만, 사용자에게는 자동화된 것처럼 보이는 시스템
전통적 프로그래밍 + AI 하이브리드(Traditional Programming + AI Hybrid)
최신 머신러닝 기술만이 해답은 아닙니다. 전통적인 프로그래밍 접근법과 AI를 결합하면 더 강력한 솔루션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 룰 기반 시스템 + AI(Rule-based + AI): 명확한 규칙이 적용되는 부분은 전통적인 if-then 로직으로, 불확실하거나 패턴 인식이 필요한 부분은 AI로 처리
- 알고리즘 기반 + AI(Algorithm-based + AI): 정형화된 문제는 검증된 알고리즘으로, 비정형 데이터는 머신러닝으로 처리
- 데이터베이스 쿼리 + AI(Database Query + AI): 정확한 데이터 검색은 SQL 같은 쿼리 언어로, 의미 해석과 추천은 AI로 처리
시나리오 기반 + AI 하이브리드(Scenario-based + AI Hybrid)
고객 여정을 미리 설계하는 시나리오 기반 접근법은 AI와 결합하면 더 효과적입니다:
- 사전 정의된 시나리오 + AI 보완(Predefined Scenarios + AI): 예상 가능한 사용자 경로는 미리 설계하고, 예외 상황은 AI가 처리
- 워크플로우 자동화 + AI 판단(Workflow Automation + AI Decision): 프로세스 흐름은 비즈니스 규칙으로 정의하고, 중요 의사결정 지점에서 AI가 개입
- 템플릿 기반 + AI 커스터마이징(Template-based + AI Customization): 기본 구조는 템플릿으로, 개인화는 AI로 처리
중요한 것은 완벽한 자동화나 최첨단 기술에 집착하지 않고, 고객에게 최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때로는 단순한 규칙 기반 시스템과 소수의 인간 운영자가 복잡한 AI 모델보다 더 효과적으로 고객 만족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3. 기술 발전의 활용
인프라 및 플랫폼 레이어 기업들은 계속해서 AI 기술을 발전시킬 것입니다. 고객 접점을 장악하고 있다면, 이러한 기술적 발전을 자연스럽게 통합하여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습니다. 초기에는 인간의 개입이나 단순한 규칙 기반 시스템이 필요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진적으로 고도화된 AI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4. 재정적 성공과 기술적 우위의 관계
고객 접점을 성공적으로 장악하면 수익과 투자 자금이라는 중요한 자원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최고의 기술 전문가를 영입하고, 자체 모델을 개발하여 기술적 우위까지 확보할 수 있습니다. 반면, 기술에만 집착하다 시장 진입에 실패한 스타트업은 이러한 기회를 얻지 못합니다.
5. 데이터의 가치
고객 접점을 장악하면 얻게 되는 또 다른 자산은 데이터입니다. 이 데이터는 AI 모델을 훈련하고 개선하는 데 필수적이며, 고객과의 상호작용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는 고유한 경쟁 우위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전 사례: 고객 경험으로 성공한 기업들
Zappos – 고객 서비스로 시장을 장악한 이커머스

Zappos는 기술적으로 혁신적인 기업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단순히 신발을 온라인으로 판매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Zappos가 아마존에 12억 달러에 인수된 비결은 탁월한 고객 서비스였습니다. 365일 24시간 고객 지원, 무료 배송 및 반품, 42일의 반품 기간 등 고객 중심 정책으로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그들은 고객 서비스에 투자함으로써 기술적 혁신 없이도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습니다.
Jasper – AI 콘텐츠 생성

Jasper(이전 Jarvis)는 GPT 모델을 기반으로 마케팅 콘텐츠를 생성하는 서비스입니다. 그들은 자체 AI 모델을 개발하는 대신 OpenAI의 API를 활용하여 빠르게 시장에 진입했고, 마케터들에게 특화된 인터페이스와 기능을 제공했습니다. 기술 개발보다 고객 경험에 집중한 결과, 3년 만에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 가치를 달성했습니다. 그들의 진정한 차별화 포인트는 AI 기술 자체가 아니라, 마케터들의 워크플로우에 AI를 어떻게 통합할지에 대한 깊은 이해였습니다.
Slack – 이메일 대체한 메시징 플랫폼

Slack은 처음부터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Slack은 실패한 게임 회사(Tiny Speck)가 내부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개발한 부산물이었습니다. 그들은 팀 커뮤니케이션 경험 개선에 집중했고, 그 결과 이메일을 대체하는 새로운 협업 표준이 되었습니다. Slack의 성공은 혁신적인 기술이 아니라, 사용자 경험에 대한 집착과 고객 피드백을 반영한 지속적인 개선에 있었습니다.
결론: 기술의 환상을 넘어 진정한 가치 창출로
기술은 모든 기술 기업의 핵심이며, 특히 인프라 레이어와 딥테크 분야에서는 결정적입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빠르게 응용 단계로 진입하는 현 시점에서, 애플리케이션 레이어의 스타트업들은 기술적 완성도만 추구하다 시장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AI 시대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종종 기술적 완벽함의 환상에 사로잡힙니다. 그러나 사례들이 보여주듯, 성공적인 기업들은 완벽한 기술보다 고객 문제 해결에 집중했습니다. 그들은 현재 가능한 기술과 인간의 노력, 그리고 전통적인 프로그래밍 접근법을 창의적으로 결합하여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했습니다.
애플리케이션 레이어의 AI 스타트업으로서, 핵심 임무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고객 접점을 장악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최첨단 AI 모델이든, 룰 기반 시스템이든, 시나리오 기반 접근법이든, 인간 전문가와의 하이브리드든, 중요한 것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그들의 신뢰를 얻는 것입니다.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고, 인프라와 플랫폼 레이어의 혁신은 결국 애플리케이션 기업에게도 혜택을 줄 것입니다. 고객 접점을 확보하고 있다면, 이러한 발전을 자연스럽게 통합하여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습니다.
제프 베조스의 말처럼, 우리는 매일 고객 경험의 중요한 측면을 조금씩 개선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술은 도구일 뿐, 목적이 아님을 기억해야 합니다.